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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할 수 있는 성경 해석 가이드

누구나 할 수 있는 성경 해석 : 내용과 구조의 차이를 알면 성경이 해석된다

by 예다준 2023. 12. 1.

누구나 할 수 있는 성경 해석 : 내용과 구조의 차이를 알면 성경이 해석된다

 

 

  TV나 영화를 아무 이상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사람, 책을 읽거나 글을 보는 데에 불편이 없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성경을 이전보다 더 쉽고 재미있고 깊게 이해하고 해석도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렇게 하는 방법을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말씀을 사모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성경 해석 방법을 소개한다.

 

  필자는 전문적인 성경 해석 방법들도 알고 있고 사용한다. 하지만 이제까지 성경 해석으로 만들어낸 모든 연구 결과들은 궁극적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성경 해석 방법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 방법을 기초부터 차근차근 사용해 본다면 나름 의미 있는 성경 읽기가 가능해진다.

 

  이제 두 번째 가이드를 시작한다.

 

내용과 구조의 차이를 알면 성경이 해석된다

 

 

 

1. 누구나 할 수 있는 성경 해석 방법 : 성경 말씀을 내용과 구조로 나누어 보기

  첫 미팅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는 후배에게 선배들이 전수해 준 남자들만의 미팅 철학이 있다. “속지 말자 화장 발! 놀라지 말자 조명 발!”.

  여자가 가진 이 무시무시한 두 발(?)로 인해 눈물을 글썽거린 남성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하지만 이 발이 여성들이 사랑하는 남성들을 향해 창조하는 또 다른 차원의 발이라 생각한다면 사랑하는 마음으로 속아 넘어가는 일은 남성의 즐거움이 또한 아닌가 한다.

 

  하지만 성경을 읽을 때에는 글 속의 화장 발에 주의해야만 한다. 글에도 화장 발이 있다. 그것은 속아 넘어가 버리면 성경 곡해라는 쓰라린 발이 되지만 이해하고 보면 마치 영화 보는 것처럼 성경을 깨닫게 해주는 아주 아름다운 발이 된다.

 

  앞에서 우린 성경에는 두 입이 있다는 사실을 말했다. 성경은 내용으로 말하고 내용 이해를 위한 전략(구조)으로 또 한 번 말한다. 필자는 이것을 이렇게 달리 표현한다. 내용(이야기 자체)은 성경의 얼굴이다. 그리고 성경 이야기의 구조는 화장 발이라고. 여성들의 화장 발에 속거나 그것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성경을 읽을 때도 구조(화장 발)에 속거나 무시하면 안 된다.

 

 

2. 누구나 할 수 있는 성경 해석 방법 연습 :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를 내용과 구조를 구분해서 살펴보기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눅 10:25-37)에는 절대로 속지 말고! 반드시 감상해야 할! 성경의 화장 발이 있다. 일반적으로 이 본문은 선행에 대한 비유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해 배후에 보다 근원적인 이해가 있음을 발견한다면 이 비유가 단순히 선행을 강조하는 윤리적인 가르침 이상이라는 것에 무릎을 치며 감탄하게 될 것이다.

 

  성경을 얼굴(이야기 자체)과 화장 발(구조)로 나누어서 생각하면서, 다음과 같은 구분에 귀를 기울여 보자. 우선 비유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해 살펴본다.

 

  1. 본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떤 사람인가?

  어떤 율법사, 예수, 강도들, 강도 만난 사람, 한 제사장, 한 레위인, 주막 주인이다. 이 질문은 아주 일반적이고, 답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면 다음 질문에 답해보자.

  2. 이들 중 주인공은 누구인가?

  3. 그가(또는 그들이) 왜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가?

 

  당신은 2번 질문에 대해 누구를 주인공이라고 적겠는가? 일반적인 대답대로라면 아마도 사마리아인이라고 대답될 것이다. 만약에 그렇다면, 본문에 나오는 인물들을 실제 사건 속의 인물과 비유 속의 인물로 나누어서 생각해 본다면 어떻게 구분될 수 있을까?

 

  실제 사건 속의 인물은 성경이 기록된 사건을 실제로 경험한 당사자이고, 성경 이야기를 주도하고 있는 주인공이다. 그러나 비유 속의 인물들은 실재하지 않는 가공의 인물이다. 다시 말하자면 실제 인물을 지워버린다면 눅 10:25-37의 이야기도 동시에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러나 비유 속의 인물들은 설사 지워진다 해도 예수님과 한 율법사와의 만남이라는 사건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누가복음의 본문에서 내용 자체(성경의 얼굴)만을 캐낸다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어떤 율법사가 예수님과 영생에 대해 질문하고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2. 율법사는 이웃에 대하여 질문했고, 예수께서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로 대답하셨다.

  3. 그 후 예수께서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고 물으셨다.

  4. 율법사의 대답을 듣고 예수께서 너도 이같이 하라고 명하셨다.

 

  일단 이렇게 보게 되면, 우리는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가 눅 10:25-37이라는 전체 맥락 속의 한 부분으로 보아야 하는 거시적 안목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다. 왜냐하면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는 스토리의 흐름 속에서 볼 때 예수님의 대답 중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제 스토리의 진행을 본다. 우리는 예수님과 율법사와의 만남에는 ‘영생 → 이웃 → 이웃’이라는 주제의 전환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예수님과 율법사의 대화가 아주 역동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후에 보겠지만 대화 주제의 초점이 점점 날카로워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다가 누가는 독자들이 사건을 보다 실감 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양념을 쳐준다. 살펴보면,

 

  1. 율법사의 첫 번째 질문(영생)의 동기 : “예수를 시험하여” (25절)

  2. 율법사의 두 번째 질문(이웃)의 동기 : “자기를 옳게 보이려고” (29절)

  3. 율법사의 두 번째 질문(이웃)에 대한 대답 :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 (30-35절)

 

  ‘시험’, ‘자기를 옳게 보이다’ 등의 단어는 예수님과 율법사와의 대화는 그저 평범한 대화가 아니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일종의 논쟁임을 알려준다. 율법사의 미소 뒤에는 숨은 공격적인 비수가 있다. 두 사람 사이의 질문과 대화는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논쟁과 같은 분위기였음을 이 단어를 통해서 간단히 알 수 있다. 율법사만 그럴까? 예수님의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도 율법사의 비수를 방어하면서 돼 찌르는 하나의 섬광과도 같다.

 

  곧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는 그냥 선한 일을 하라는 교훈이 아니라 선한 일로 예수를 시험하여 잘못됨을 드러내어 자기가 옳음을 주장하는 율법사의 공격에 대한 예수님의 집요한 방어와 역반격이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의 용도였다. 이것이 성경 스토리(얼굴)를 컬러풀하게 장식하는 누가의 화장 발, 이야기 기법, 즉 구조이다.

 

  질문과 대답이라는 역동적인 구조가 어떻게 흐르는 가를 보면 더욱더 박진감이 넘친다.

 

  1. 영생에 대해 : 질문(율법사) → 질문(예수) → 대답(율법사) → 명령(예수)

  2. 이웃에 대해 : 질문(율법사) → 대답(예수 : 비유) → 질문(예수) → 대답(율법사) → 명령(예수)

 

  율법사의 간교한 질문의 의도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의 구조를 보면 예수께서 대화의 흐름을 숨 쉴 틈 없이 몰아가시는 것이 보인다. 다시 말하자면 예수께서는 한 번도 쉽고 단순하게 율법사에게 대답해 주시질 않는다. 그래서 예수님과 율법사의 대화는 ‘질문-대답’의 형식이 아니라 ‘질문-명령’ 형식이 두 번이나 반복된다.

 

  예수께서는 질문을 기회로 삼아 더욱더 강한 명령으로 몰아가신다. 사마리아인 비유는 이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다리’ 역할을 한다. 이렇게 본다면 눅 10:25-37의 주인공은 사마리아인이 아니라 예수와 율법사이다. 그렇다면 단순한 선행을 위한 교훈이 본문의 핵심 메시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수께서는 하나님 나라의 생명을 선포하고 보여주셨다. 그런데 그는 하나님 나라의 생명을 당시인에게는 하나님 나라를 전혀 상속받을 수 없다고 알려진 창기와 세리 같은 자들과 함께 나누셨다. 문제는 이들이 유대인들이 보기에는 이웃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에서 발생한다. 유대인들의 관점에서 보면 창기와 세라는 이웃이 아니라 이방인과 같이 보였다.

 

  그런데 예수는 이스라엘만이 받아 누릴 수 있는 하나님 나라의 생명을 가르치면서 이방인들로 보이는 세리와 창기와 나누고 있으니 유대 지도자들이 보기에 예수의 가르침은 실제 행동과 모순되는 율법 파괴 행위로 이해된 것이다.

 

  그래서 그들 중 한 율법사가 예수의 가르침과 행동의 모순을 폭로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그의 첫 번째 시험은 우선 예수의 가르침(영생)을 겨냥했다. 예수님의 대답은 유대인들이 좋아하는 대답이었다. 그런데 그 안에 “이웃”이 들어있다.

 

  예수의 대답이 이웃 곧 예수의 가르침과 행동에 모순이 일어나는 포인트로 향하자 율법사는 찬스를 놓치지 않고 즉시로 예수의 이웃에 대한 모순을 지적하기 위해 이웃이 누군가고 물은 것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망신을 줄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왔다고 율법사는 생각했을 것이다. 아마도 율법사는 영생에 대해 질문에 예수가 이웃을 언급할 것이라 예측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율법사의 이웃에 대한 질문은 명백하게 의도적인 예수에 대한 도전이었다. 바로 이 도전에 대한 맞대응이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이다.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는 예수께서 자신을 변증 하고, 오히려 하나님 나라의 생명을 거부하는 옛시대인들(율법사)의 완악함을 드러내기 위한 예수의 전략적인 역공격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에 누가가 이러한 구조(화장 발)를 모두 빼고, 사실(내용)만을 기록했다고 상상해 보라! 또한 우리가 구조와 내용을 구분하지 않고 무작정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만을 중심으로 본문을 해석한다고 생각해 보라! 화장 발은 화장 발이다. 그리고 종종 화장 발은 오해의 씨앗이 된다.

 

 

3. 누구나 할 수 있는 성경 해석 방법 연습 : 어떻게 하면 성경의 내용과 구조를 구분해서 살펴볼 수 있을까?

  성경을 이야기(성경의 얼굴)와 구조(성경의 화장발)로 구별하면 실제 중심 주제와 부속되는 주제들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성경 속에 깔려있는 심리적, 시간적, 구상적 흐름을 더불어 볼 수 있게 해 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야기(스토리)와 구조(담론)를 구분해서 성경을 읽을 수 있을까? 사건 현장으로 출동한 형사 콜롬보를 추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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