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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할 수 있는 성경 해석 가이드

성경의 내용과 구조를 발견하는 방법

by 예다준 2023. 12. 3.

 

성경의 내용과 구조를 발견하는 방법

 

 

  TV나 영화를 아무 이상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사람, 책을 읽거나 글을 보는 데에 불편이 없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성경을 이전보다 더 쉽고 재미있고 깊게 이해하고 해석도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렇게 하는 방법을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말씀을 사모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성경 해석 방법을 소개한다.

 

  이제 세 번째 가이드를 시작한다.

 

 

성경의 내용과 구조를 발견하는 방법

 

 

 

1. 형사 콜롬보의 사건 해결하는 방법 = 성경 해석 방법

  여기저기 흩어진 옷가지들과 물건들, 무언가 맹렬한 몸싸움이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싸늘하게 식어있는 시신에서는 타살의 원인이 될만한 아무런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콜롬보를 비롯해서 경찰 밥을 꾀나 먹었다고 자부하는 형사들은 죄다 모여 시체를 훑어보았다. 시신엔 흔적이 아니라, 오히려 갓난아기 보다 더 깨끗한 상태였다.

 

  “프로가 틀림없어!”, “오늘밤을 집에서 쉬려면, 눈알을 부라리고 단서를 잡도록!”

 

  콜롬보는 오랜만에 신나는 게임에 시작된 것 같은 묘한 흥분을 느꼈다...

 

  드디어 강력계 대원들이 손에 가득히 사건의 단서로 추정되는 것들을 바로 당신, 콜롬보 앞으로 가져왔다고 가정하자. 이것들을 보고 당신은 어떻게 사건을 풀어나갈 것인가? 아마 필자가 콜롬보였다면 다음과 같은 절차를 따랐을 것이다.

 

  1. 대원들이 모아 온 수집품 중에서 수사에 가치가 있는 것을 가려낸다. 곧 1차 단서이다.

  2. 1차 단서들을 통해서 사건 당시의 정황을 재구성해 본다.

  3. 재구성한 사건 상황이 실제 사건 상황과 어울리는가를 체크, 사건을 다시 재구성한다.

  4. 재구성한 사건에서 용의자가 될만한 인물들을 설정, 그들의 알리바이를 살펴본다.

  5. 용의자의 신변을 확보하고, 조사하고, 취조하고,... 아니면, 다시 반복.

 

  방법과 순서는 다르더라도 누구든지 이와 비슷한 일련의 절차를 밟아 나갈 것이다. 1번 과정 없이 4번 과정을 지시하는 상사는 없을 것이다. 또한 1번 과정의 1차 단서들에 대한 검증과정 없이 곧바로 사건 정황을 재구성하는 부하를 칭찬하는 상사 또한 있지 않을 것이다.

 

  콜롬보가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을 추적해 보면 이렇다. 사건 관찰(현장 감식, 증거분류) → 사건 분석과 종합(단서를 통한 사건 재구성) → 사건 자료의 실제 적용(용의자 추측 및 검거). 여기에다 그만의 노우하우와 번득이는 직감이 수사에 정확성과 속도감을 더하여 강력계의 자존심 콜롬보의 명성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나 날카로운 직감력이 수사 때마다 발휘되더라도, 그는 결코 위의 수사단계를 생략하지 않는다. 범인이 아무리 마음속으로 확신되고, 수사 일정이 급하더라도 그는 증거를 잡는 수사 절차를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왜 그런가? 증거가 있어야 범죄가 성립한다는 ‘증거법정주의’가 콜롬보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확고한 수사철학이기 때문이다. 증거가 없으면 범죄가 성립될 수 없고, 범죄가 성립되지 않은 자는 누구든지 범인이 될 수 없다!

 

  성경을 연구하는 것도 마치 사건의 단서를 찾으려는 것과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이미 주어진 자료를(사건현장에서는 지문이나 흔적들, 그리고 성경연구에서는 성경을) 토대로 형사들은 사건의 실마리를 찾고, 성경 해석자는 영적인 해답의 단서들을 찾는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서 형사들은 물건의 위치, 시간, 흔적들을 해석하고 또 종합하는 머릿 싸움을 한다. 이와 같이 성경 해석자들도 성경을 살펴보면서 말씀을 해석하고 종합하는 영적 싸움을 하게 된다.

 

  “본문의 가르침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것들 - 사건으로 말하면 단서들 - 은 무엇인가?” “특정 단어인가?” “아니면 문구인가?” “어떤 이미지인가?” 그리고는 이것들을 모아서 시간, 장소, 사건, 인물별로 이리저리 비교, 대조, 분석한다. 본문의 이해를 위한 단서들 속에서 어떤 관계를 찾으려 말이다.

 

  그런 다음 유능한 형사일수록 증거를 토대로 사건을 정확하고 생생하게 상상한다. 이와 같이 성경에서 발견한 자료들을 해석과 종합의 과정을 거친 말씀으로 마치 성경의 사건을 현장에서 목격한 사람처럼 생생하게 상상해내는 사람이 성경을 재미있게 보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것에 능숙하면 할수록 사건의 실마리가 술술 풀리듯이 성경 해석이 잘되어 성경 읽는 재미는 솔솔 불어 나온다.

 

 

 

2. 귀납적 성경 연구 방법과 성경 저자 중심 해석 방법

  앞에서 필자는 성경 말씀 속의 내용(얼굴)과 구조(화장 발)를 구분하지 않고 성경 사건의 현장을 생생하게 상상하려는 일은 실제로 불가능하고, 상상했다 하더라도 성경 저자의 보고와 다른 상황이나, 현장감이 사라진 상황만을 그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 그냥 읽는다고 성경이 머리와 마음속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것이 아니다. 뭔가 방법이 필요하다.

 

  여기에 필자는 증거법정주의에 입각한 콜롬보의 수사 방법을 성경 읽기에 도입할 것을 추천한다. ‘증거성경주의’라 논할 수 있을까? 이러한 방법을 일반적으로 ‘귀납적 성경연구 방법’을 기초로 한 “성경 저자 중심 해석”이라 부른다.

 

  귀납적 성경연구 방법은 성경 연구를 본문에서 해석의 단서를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단서를 찾아서 그것들을 분석과 종합을 통한 해석 작업을 거친 후 콜롬보가 사건의 실제 상황을 추측하듯이 발견한 단서들을 통해서 성경 저자가 본문을 오늘날 성경과 같이 기록한 의도를 읽으려는 방법이다.

 

  위 방법을 시행할 때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원칙으로 성경의 내용(스토리)과 구조를 구분해서 조사하고 분석과 종합을 하는 것이 귀납적 성경연구 방법에 기초한 저자 중심 성경 해석법이다.

 

  아마 귀납적 성경 해석에 대해 들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30년 전에 한국 교회에 많이 유행하던 성경 연구 방법이기에 한번 정도는 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도 한 때 아주 유명한 귀납적 성경 연구원을 전임으로 섬긴 일이 있다.

 

  그런데 그때 유행하던 방법은 문제가 있다. 그때 유행한 귀납적 성경 연구 방법의 결정적인 문제는 20세기 현대인의 관점에서 2천 년 전 이전 성경 저자의 작품을 분석하려 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을 말하고 우리는 듣는다는 기본적인 성경 해석 원칙을 완전히 무시한 방법으로 올바른 것이 아니다.

 

  성경의 문단을 나누고, 주제를 찾고, 중심 단어를 찾고, 개관 도표를 만들고, 더 나아가서는 문장을 분석하고... 다 좋은데 결정적인 문제는 성경 저자가 사용한 고유한 글 쓰기 방법, 성경 저자만의 고유한 글의 내용과 구조가 있다는 점에 무지했다는 사실이다.

 

  잠깐만 생각해 보면 이 방법은 특별한 방법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성경 저자의 글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내 이해 방식이 아니라 성경 저자의 생각과 글 쓰기 방식을 100% 수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성경 저자가 A라고 말하는데 내가 내 방식을 고집해서 B라고 이해하고 잘 알아들었다고 말하는 것은 기가 막힌 일이다.

 

  그래서 당시 귀납적 성경 연구를 열심히 했던 분들의 결과물을 이미 저자 중심의 성경 해석법을 잘 알고 있는 성경 해석 전공자의 눈으로 보면 그냥 간단한 성경 요약처럼 보였다. 하지만 성경을 설교로 듣기만 하던 상황에서 신자가 스스로 성경을 분석할 수 있다는 사실로 인해 당시 귀납적 성경 연구 방법은 엄청난 인기를 얻었었다.

 

  본 블로그에서 강조하는 것은 귀납적 성경 연구 방법을 베이스로 하는 저자 중심 해석 방법이다. 귀납적 성경 연구 방법은 성경 저자의 고유한 글쓰기 방법을 찾아내는 도구로 활용된다.

 

  마침 교회에서 성경공부의 귀재로도 소문이 자자한 콜롬보를 몰래카메라로 추적해 보았다. 가장 먼저 콜롬보는 성경 본문을 자세히 읽는다. 마치 사건의 단서를 찾는 것과 같이 말이다. “본문이 말하려고 하는 것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것들 - 사건으로 말하면 단서들 - 은 무엇인가?” 성경을 단락 별로 나누고, 제목을 정해 본다. 그리고 중요하게 나타나는 단어, 문구, 구조들을 찾아 기록한다. 그리고는 이것들을 모아서 시간, 장소, 사건, 인물별로 이리저리 비교, 대조, 분석했다. 단서들 속에 있는 어떤 관계를 찾으려 말이다.

 

  이런 질문들로 본문을 꼼꼼히 살펴본 콜롬보는 이제 그 말씀들을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본다. 그런 후 그는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성경의 평가를 확인한다. 그리고 자신의 평가와 비교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분류된 인물과 사건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자신의 삶에 대한 교훈(긍정적, 부정적)을 뽑아내었다. ‘성경 관찰 → 성경 분석과 종합 → 성경의 실제 적용’ 이것이 콜롬보의 귀납적 성경 읽기 방법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성경을 내용과 구조로 구분하는 방법은 자연스럽게 획득하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성경 저자 중심으로 관찰 → 해석 → 적용을 할 수 있나? 이 부분은 사실 성경신학이라는 전문적인 분야에 해당된다. 아마도 교회에서는 한 번도 들어본 일이 없는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아주 전문적인 성경 해석 방법이 아니라 그래도 비교적 쉬운 성경 해석 방법들은 한두 번만 보면 누구나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다.

 

  본 블로그의 글들은 그런 성경 해석 방법과 결과물을 찾아볼 수 있다. 목회자 중심으로 성경을 해석해서 조금 어려운 것도 있지만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쉬운 방법으로 성경을 해석하고, 그 방법을 설명한 글을 소개하고 있다.

 

  비근한 예로 아래 최신글들을 추천한다.

 

 

 

 

 

3. 성경 저자 중심 성경 해석 방법의 놀라운 가치

  성경 저자 중심으로 성경을 해석하는 방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하나의 예를 소개한다. 전도서 11:9를 잠시 본다.

 

  “그러나 하나님이 이 모든 일로 인하여 너를 심판하실 줄 알라”.

 

  오랫동안 이 구절은 전도서의 중심 주제인 carpe diem (“세월을 잡으라”)과는 대조되는 이상한 결론으로 여겨져 난해구절이라 평가되는 것을 넘어 어떤 학자들은 어쩌면 어떤 경건한 서기관이 전도서 마지막에 덧붙인 부분일 거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던 성경이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이 구절은 오랫동안 ‘성경이라는 증거를 찾을 수 없으므로 성경이 아닌 것’으로 취급당했다.

 

  그런데 다니엘 C. 프레드릭(Daniel C. Fredricks)은 전도서를 기록한 히브리인들의 글쓰기 방법을 통해서 이 모든 이해를 휴지통에 던져버리는 성과를 이룬 일이 있다. 그는 오늘날 현대인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는 히브리인들이 글을 쓰는 특징을 성경 해석에 적용한 결과 전도서 11:3-12:2에는 재미있는 성경의 구조(화장 발)가 있음을 발견했고, 이 구조를 통해 지금까지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이 구절이 전도서의 핵심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그래서 오랫동안 이 구절이 감내해야만 했던 미운 오리새끼의 모진 수모를 일시에 씻어주었다(“전 11:1-12:8의 인생의 폭풍과 구조적인 통일성”, Journal for the study of the Old Testament 52 (1991), 95-114).

 

  그가 발견한 히브리인들의 글쓰기의 특징은 성경학자들이 ‘교차대조법’으로 부르는 히브리인들의 문학적 기법이다. 이 방법은 신구약 전체에 사용된 가장 기본적인 성경 저자들의 글쓰기 특징인데, 50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성경 학자들이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 방법은 글을 쓸 때 A//A', B//B', C//C'와 같은 짝들을 만들어 대조 비교하게 해서 내용으로 말하는 메시지 외에 다른 구조적인 메시지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복잡한 설명은 추후로 미루고 성경에는 이런 글의 구조가 아주 많이 있고, 이것을 모르면 성경을 성경이 아닌 것으로 오해하는 오류를 범한다는 사실을 일단 기억했으면 한다. 하지만 이런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연습을 하면 누구나 이런 보배를 발견할 수 있다!

 

  전도서 저자는 11:3-12:2을 오늘 우리와 같이 순차적 논리 구조로 기록한 것이 아니라 아래와 같은 모양의 병렬적 논리 구조로 기록했다.

 

전 11:3              A. 구름과 비

전 11:7                B. 빛과 해

전 11:8 상반절      C. 어둠의 날들을 생각하라

전 11:8 하반절        D. 모든 것이 헛되다

전 11:9 상반절          E. 청년의 때를 즐기라

전 11:9 하반절            X. 그러나... 하나님이 너를 심판하실 줄 알라

전 11:10 상반절        E'. 청년의 때를 즐기라

전 11:10 하반절      D'. 모든 것이 헛되다

전 12:1                  C'. 어둠의 날들이 이르기 전에 하나님을 기억하라

전 12:2 상반절    B'. 해와 빛

전 12:2 하반절  A'. 구름과 비

 

  이 구조를 발견하므로 전 11:9는 앞뒤 구절과 어울려 전도서 저자에 의해서 문학적 구조로 정교하게 짜인 것임을 알게 되었고, 더 나아가 전 11:9는 전도서 마지막 부분의 핵심 주제가 있는 구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교차대조법은 글을 내용 위주로 생각하고 분석하는 현대인의 눈으로는 거의 발견하기 어렵다. 그러니까 이 구조를 간과한 성경 해석은 겉핧기라 말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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